2011년 4월 30일 오전 11시 36분에 저장한 글입니다




일주일이 언제인지 모르게 금방 지나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마지막 주 토요일이다. 정신없는 한주를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신기한건 아직 일주일의 관념 정도는 남아 있다. 학교가는날과 가지 않는날이 있었고 오전 수업과 오전 수업이 없는날이 있었다. 하지만 많은 기간중에서 토요일을 정의하라면 나는 쉽게 운을 떼지 못할것 같다. 항상 그랬듯이 토요일 아침마다 느껴지는 감정은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것은 오전이 끝나는 12시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는것 같은 느낌이다. 그 무렵에는 그게 굉장히 맘에 들었었다. 11시 59분이 땡하고 넘어버리면 "새로운 날의 시작이야" 라고 누군가 옆에서 말해주는것 같다. 하지만 지금 이 나이에 서서 그 당시를 상상하면 나는 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지금을 만든 토요일의 느낌은 도대체 오늘 무엇은 만들었는가 하고, 그 당시에 굉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은 왜 이렇게 사소해져 버렸나 하고, 나는 줄곧 그런 느낌을 받곤 했다.

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 의식을 집중하려 해도 도저히 몰입할 수 없었다. 그 감정과 나 사이에는 얇은 커튼 같은 칸막이가 하나 가로놓여 있었다. 그건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얇은 커튼이었으나 아무리 노력해도 그 커튼을 젖히고 그쪽으로 갈 수 없었다.

오늘 새벽에는 종일 비가 왔고 아침에 창문으로 보니 거리는 비로 움푹 젖어있었다. 네이버 뮤직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이 음악을 들었는데 지금 날씨와 이미지가 잘 맞더라, "갈사람은 가야하고 찬비는 내리지만 당신 만은 잊을수 없다" 는 가사속에 애절함을 듣고 나니 나는 조금 우울해졌다.

2년 전을 뒤돌아보고 있으면,  2009년이라는 해는 나에게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무력감을 안겨준다. 그러고보니 딱 2년전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바보같이 2년전 고민을 아직까지도 하고 있는 셈이다. 잘했던 일이 있었고, 실수 했던 일이 있었다. 가치관은 엎어지고 또 엎어졌다. 진실된 말과 거짓된 말들이 똑같이 언성을 높였다. 확신에 차 있던 적이 있었는가 하면 의심에 가득차 있었던 날도 있었다. 그런 진흙탕 속을 나는 무척이나 힘겹게 걷고 있었다. 나에게 보이는것이라고는 어두운 빛의 잔향만이 이어지고 있는것이 전부 였다.

잊어야만 하지만 그래도 너만은 잊을수 없다고 윤정하씨는 말한다. 그리고 그 말은 맞는거 같다. 결국 잊을수 있는건  없구나, 하고 시계를 쳐다보니 시간은 토요일 오전 11시 36분을 가르키고 있다. 이제 몇분후면 특별한 날이 시작되겠지, 조금이 지나며 토요일이 되고, 그러면 나는 이 우울한 기분을 집어 던지고 새로운 기분으로 새 날을 맞이 할 수 있을것 같다고 예상한다.

그렇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오늘만큼은 새로운 날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잊을수 없을것만 같다. 그런 기분이 계속 든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